[서대문사람들] 주민 소통 공간 마을예술창작소 "닷라인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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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05일 (수) 16:01 [제 598 호] |
주민 소통 공간 마을창작 예술소 “닷라인TV”
단독주택 골목 속 이사, 오히려 주민과 더 가까이 주민협력 프로젝트 통해 주민 원하는 강좌 열어 재활용의 새 발견, ‘그녀의 컬렉션 그녀의 방’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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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홍은동에서 홍제동 송죽교회 뒷편 주택가 단독주택으로 자리를 옮긴 닷라인 TV전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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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골목 끝 단독주택이 하얀색 페인트로 새단장을 한다. 대문 앞에는 이름도 생소한 간판 「닷 라인 TV」가 걸리고 담벼락에는 천으로 만든 프로그램 현수막이 내 붙었다. 지난 겨울 크리스 마스를 앞두고는 골목길에 때아닌 플라맹고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민원을 내기 보다는 슬리퍼를 끌고, 혹은 아이를 들쳐 업고 나와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보냈다.
대문은 항상 열려 있고, 마주보이던 연탄창고는 예쁜 공간으로 탈바꿈해 광고 속에서나 나올듯한 흰색 자전거가 세워진 마을 펙토리가 됐다. 닷라인 TV를 통해 하나씩 마련돼 온 강좌를 통해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공간이다. 홍은동 지하카페에서 나와 지난 겨울 주민과의 소통공간을 홍제동 송죽교회 옆으로 옮긴 서울시 마을창작예술소 닷라인 TV(대표 문예진)는 그간 많이 성장해 있다.
손님처럼 왔다가 주인이 된 순뎅언니(영어, 한문 강사 안지오씨)를 비롯해 어느새 손님들이 하나둘 닷라인 TV의 「박힌 돌」이 됐다. 문예진 씨는 그저 이 곳의 주인장으로 버티며 닷라인TV를 찾는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하나씩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며 자생력을 찾아가고 있다.
단골손님들이 만들어 낸 강좌 중 최근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조물조물 가죽공예」다. 한달 수업료 3만원에 재료비가 별도지만 벌써 중급반이 운영중이고 4기 수강생들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초급반 신청자들은 핸드폰 케이스와 카드 지갑 같은 작은 소품으로 시작해 강의가 끝날때는 개인 핸드백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도자기 공예를 경험할 수 있는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그릇만들기」와 「미술심리치료」도 닷라인의 단골손님들이 제안해 만들어 졌다. 안지오씨의 재능이 발현된 「영어와 한자를 놀이처럼 체험할 수 있는 遊 캔 PLAY」역시 수업료 3만원만 내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주민들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문패 프로젝트는 문패를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참가료 5000원만 있으면 해볼 수 있다.
<-참가주민들이 만든 작품을 판매, 전시하는 공간이 될 마을 팩토리 전경. 이 전에는 연탄 창고였던 곳을 개조했다.
닷라인 TV의 오픈부터 계속 돼 오고 있는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오픈부엌도 이용료 500원만 내면 이용이 가능하다. 캐리커쳐 그리기와 만다라 그리기, 커피 로스팅도 맘만 먹으면 배울 수 있다. 현재 닷라인 TV의 주 고객은 200명 정도. 그 중 매니아층은 50명이 있다. 이들이 만나 만들어 낸 최근 히트작 중 하나는 스스로 모아둔 잡동사니를 값지게 처분할 수 있는 「그녀의 방」이다.
아직 미혼인 순뎅언니 안지오씨가 자신이 사고 모아둔 소품들을 경매해보자는 가벼운 제안으로 이뤄진 「그녀의 컬렉션, 그녀의 방」은 오픈 당시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각 물건별 500원에서 1000원에 판매되는 물품들은 빨간 캐비넷에 담겨 명품못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그야말로 청산을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환경운동에도 동참하게 됐다. 안지오씨의 그녀의 방이 열린 후 이미 3월까지 컬렉션에 물건을 판매하겠다는 신청자가 줄을 이었다.
손님이었다 박힌돌이 된 안지오씨는 『사실은 아나바다와 비슷한 물건 재활용장터에 이름을 짓고 빨간 캐비넷을 들여오면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500원, 1000원에 판매한 수익금은 그냥 차 한잔씩 나누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서 나누는데 쓰지만 내 물건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다』고 설명한다.
<-다락방을 개조해 만든 닷라인 TV의 사무실.
지금까지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해 온 안지오씨가 닷라인 TV를 만나게 된 것은 「그냥 차나 한잔 하러 들렀던」우연한 방문이 계기가 됐다. 단순한 찻집이 아닌 마을예술창작소는 그녀의 단골 아지트가 됐고, 그동안 막연히 꿈꿔왔던 불가능할 것만 같던 꿈들이 하나씩 다시 만들어 지고 있다. 『오랜기간 사교육 강의를 해 왔지만 닷라인에서 하고 있는 유캔플레이 같은 강의를 항상 꿈꿔왔어요. 영어와 한자를 즐겁게 익히는 놀이같은 수업을 말이죠.』 그녀는 20대부터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 한자 옥편과 영어 사전을 내 보이며, 앞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영어 한자 교습서를 만들어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닷라인의 단골손님중 책을 편집해 주겠다는 지인과도 이야기를 마친 상태다.
이처럼 닷라인을 통해 하나씩 배우고 싶은 것을 제안하고, 가르쳐 줄 손님들이 나서고, 만들고, 꾸미면서 꿈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술심리치료도 그렇고, 만다라 그리기도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여행으로 준비된다.
<-홍제천에 전시했다 주민 민원으로 철거한 김정일 조형물.
문예진 대표는 『전에 있던 공간이 넓었지만 사람들이 모이자 이사를 올 수 밖에 없었다. 단독 주택이라 골목도 좁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오히려 어둡고 좁은 골목을 환하게 만들 수 있어 좋고, 주민들의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좋다』며 말 그대로 마을주민의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닷라인 TV의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골목길을 주민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시도,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 되고 있다.
<옥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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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mnews 옥현영 기자 seodaemun@kore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