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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풍경변주곡-와해의 계절(조문기,이원규)2014.10.16~11.22(공연.11/22 오후 5시)

curatinglab 2014. 10. 30. 18:37

 

 

 

 

서대문구 홍제천 갤러리

[판타지 마을 속으로]

가을 기획전 ‘풍경변주곡-와해의 계절'展

(작가:조문기, 음악가:이원규)

 

❍ 주관/주최 :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 기획 : 큐레이팅연구소DotlineTV

❍ 홈페이지: http://dotlinetv.com

 

❍ 장소 : 서대문구 홍제천 갤러리

❍ 날짜: 2014. 10. 15 ~ 2014. 11. 22

❍ 작가: 조문기

❍ 음악가: 이원규(관현악_클래식 기타) 

❍ 클로징 공연: 홍제천갤러리 폭포마당 / 2014. 11. 22_pm.5시

 

인간의 일상과 관계의 재구성을 통해 우리 사고와 감각을 새로운 리듬과 멜로디로 변주하고 왜곡합니다. 재미있는 일상의 기묘한 포착까지, 작가의 새로운 시각적 질서가 음악(클래식 기타음악)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창작됩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발현된 감각이 음악이라는 매체(클래식 기타 음악)를 통해 다시 한번 창작되는 이번 전시는 미술가, 클래식 기타리스트의 다른 언어와 시각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작곡: 이원규

 

작곡: 이원규

 

 

 

 

 

❍ <와해의 계절: 이 글은 지난 2013년 조문기 개인전 서문으로 쓰였던 글입니다.>

익숙한 대상을 새롭게 배열하는 방식'은 새로운 것을 배치하는 일 보다 훨씬 견고한 과정을 거친다. 리얼리티가 어떤 형태의 모방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서사구조를 생산하는지는 이 '재배열'의 매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조문기의 이번 전시 '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관계' 속 폭력과 갈등은 리얼리티의 낯선 모방과 기이한 공포를 통해 재배열되고 있다. ● 프로이트는 「언캐니'The Uncanny」(1919)란 글을 통해 "미학에서 기괴함, 공포,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 역시 연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로부터 금기된 쾌감에의 욕망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의식 밑에 억압되어 있다가 틈틈이 귀환한다는 프로이트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폭력과 공포, 기이함의 이'언캐니'를 전면에 내세우고, 불가항력적인 인간의 통속을 전면에 끌어들인 조문기의'와해의 계절'은 바로 그 언저리에 있는 공포의 원점에서 풀이된다. 내 친구, 내 가족, 내 연인에게서 경험할 수 있는 갈등과 내재된 폭력은 일상의 곳곳에 침잠되어, 친밀함과 배신의 얼굴로 생활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서로 닮은 사람들이 만났을 때 생성되는 기이함"을 러셀 자코비(RUSSELL JACOBY)는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의 책『친밀한 살인자』는 인류최초의 살인(형제 살인) '카인과 아벨'의 표상이 끝없이 반복,변형되는 역사 속 사례들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이웃,동족 살인의 원류는 닮은꼴의 사람들에게서 증오가 증폭되는 상황과 모방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이론적으로 풀어놓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조문기의 '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것은 '카인과 아벨'의 표상을 반복하기 보다, 새로운 도상과 구조를 실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조문기 회화의 특징은 어떤 특정 시퀀스를 잘라 만듯 듯한 영화적 서사구조가 강하다. 그런데,'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내러티브는 상황을 포착하여 이야기를 확장하는 기존의 방식과 더불어 자가복제를 통한 이야기 반복과 역설의 논리가 더해졌다. 이것이 일상이 투영된 상황들을 기이하고 낯설게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다. 이를테면, 「상주와 함께」에 드러난 난투극은 유산 문제나 친족간 말싸움 등으로 격해지는 초상집의 풍경과 같은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단면이지만, 화면 속에 배치된 인간의 모습은 괴기스럽고 낯설다. 우리의 의식 저 아래에 묻어두었던 무의식-폭력적 본성-을 낯선 방식의 모방으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낯설고 공포스러운'언캐니'Uncanny'와 따뜻하고 친밀한 뜻을 가진 '캐니'란 단어는 동전의 양면처럼 양립하는 것이다. 「상주와 함께」 속 인물들에서 핏대가 올라선 표현이 얼굴의 고요함과 양립하면서 생성되는 역설과 아이러니가 바로 캐니와 언캐니, 친밀감과 폭력의 두 얼굴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싸우는 남녀」, 쌍쌍바를 나눠먹다 싸우는 남녀를 그린 「나눠먹기」, 싸우는 인간의 동작들을 그대로 쌓아올린 「탑」 은 생소한 구조와 배치를 통해, 도미노 처럼 얽히고 섥힌 관계를 도상화하는 실험을 보여준다. 연쇄작용을 일으킬 것 같은「탑」의 '싸움의 탑'은 폭력을 도식화하면서 나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아슬아슬한 관계들에 대한 한 축을 드러내고 있다. 폭력의 구체화는 결국 인간 탐구의 시작과 끝을 제시하는 것임을 새로운 도상과 서사구조의 촘촘한 설계를 통해 극화하고 있는 것이다. ● 조문기의'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다양한'상황'들은 결국, 우리 삶의 압축이며, 동시에 우리 '공포'의 구체적 설명이다. 희극과 비극의 그 좁은 간극을 생각할 때,'친밀함'의 친구는'폭력'이고,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것(언캐니)의 동의어는 따뜻하고 포근한 것(캐니)이다. 배열의 방식의 따라 단순한 것은 복잡한 것으로, 일상이 초현실로, 낯섦이 친밀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인간관계에 깊게 뿌리 내린 폭력과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탐구를 유도하는 것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와해의 계절'에서 '화해의 계절'까지 가는 길은 딱 한 발짝이기 때문이다. ■ 문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