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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 뉴스레터] 오래된 동네 골목길 사람의 언어와 시선으로 공기를 채운 곳 '닷라인TV'

curatinglab 2014. 5. 5. 01:01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 뉴스레터]

오래된 동네 골목길 사람의 언어와 시선으로 공기를 채운 곳 '닷라인TV'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비오겠는데. 이러면 사진이 잘 안 나오는데.. 미리미리 올걸 날씨가 안도와주네. 네비찍고 가는데 영~~ 가물가물하다. 골목에 골목. 송죽교회 뒤편이라. 송죽교회도 겨우 찾았는데 주위에 전부 간판이 송죽이다. 눈치 챘다. 이곳은 기본 30년은 살아야 마을사업이라도 하겠다. 아니면 송죽교회 신자가 되거나. 

결국 몰래 갈려다 전화기를 들어 어디냐고 물어본다. 전화기에서 나오는 목소리인지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근데 안 보인다.


 

 

 

 

근데 가까이 오는데 들리는 멍멍이들의 합창.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멍멍이 3마리가 우리를 맞는다. 허걱 이거 완전 개판인데…….

주택건물 한켠을 정성스럽게 하얗게 칠하였다. 역시 예술 작가의 갤러리 취향인가?

 벽을 도배한 포스터들이 정성스럽게 촘촘히 붙여져 있다.

 

 

 

 

 

 

참으로 정성스럽게 하얗다.

우리를 맞아 주는 주인공들 문예진, 안지오님의 인사가 살갑다.

12시부터 오픈이라 좀 일찍와볼까 했는데 역시나 12시 한참 넘어 빈손으로 민망하게 들어간다.

 

허걱 근데 우리를 맞는 건 멍멍이, 사람, 또 하나……. 코끼리?

 

 

 공간에서 기획전시를 하고 있는데, 이정윤 작가의 작품이란다. 역시 마을예술창작소는 항상 상상 그 이상이다. 각방에 작가의 재미난 작품이 여기저기. 장난감 같기도 하고, 심도 있는 작품 같기도 하고..


 

이용희(문래주민예술공방) :  공간이 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네요. 나름 민관협력형인데요. ^^

 

문예진(닷라인TV) : 작은 방이 3개에. 위에 사무실 공간이 있어요. 지금은 작품이 있어서 그렇고 중간에 테이블 놓고 하면 15명 정도가 같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진행할 수 있어요. 대신 중간 공간이 협소해서 정원은 한정적이긴 해요.

 

이용희: 작가에게 전시 대관을 하시는 거죠?

 

문예진 : 대관은 아니고, 순전히 ‘닷라인TV’가 돈을 들여서 하는 격월 기획이에요. 작가들에게는 주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해요. 작가들도 재미있어 하구요. 다른 갤러리는 주로 작가 지인들 와서 서로 인사하고 꽃주고 그러잖아요. 여기는 관람객들이 그냥 주민들이예요. 주민들이 던지는 현실적이지만 즉흥적인 궁금증에 대답하다보면 작가들도 재미난 상상이 일어나나봐요. 현학적이고 심미적인 평론은 주민들이 이해하기도 힘들고 필요하지도 않은 거 같아요. 주민의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해설이 재미납니다.

 

이용희 : 마을예술창작소가 생기고 동네 분위기는 어때요?

 

문예진 : 여기는 송죽길로 유명해요. 위쪽 건너편 쪽은 재개발이 시작되어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 아주 오래된 건물이고 오래도록 거주하신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이사 오기 전 길 건너에서 ‘닷라인TV’를 운영하면서 순뎅이 언니 안지오님을 만나고 의기투합하여 이렇게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어요. 이렇게 동네에서 함께 할 수 있고 관심을 가져주는 언니들이 많이 생겨 행복해요. 설 연휴 기간 중 많이 아파서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먼 가족보다 좋더라고요.

  

이용희 : 들어보니 시작은 예술작가이지만 평범한 작가의 활동은 아닌거 같습니다. 어떻게 마을예술창작소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문예진 : ‘닷라인TV’를 시작으로 영상도 만들고 웹프로그래밍도 하다보니 자체 서버도 구축하고 큐레이팅 연구소라는 것도 만들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교류하지 못하는 예술 활동이 너무 아쉬웠어요. 전시기획을 해도 그 사람과 지인들만 오고 일반 사람들은 전혀 즐기거나 향유할 수 없었던 거 같아요. 왠지 재미있게 하다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찾아올 거 같아서, 주로 융합프로젝트를 많이 지원하게 되더라구요. 결국은 마을로 들어와 공간을 만들고 일상의 최전선에서 문화예술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어야겠다. 라는 결심이 들어 마을예술창작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골목 깊숙이 들어와 찾기 힘들다는 분이 계셔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좋은 공간 같아요. 

 

 


 

이용희 : 주로 홍보는 어떻게 하나요? 대부분 이런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하면 홍보가 힘들다고 하시던데.

 

문예진 : 정기적으로 서대문구청 홈페이지에서 홍보하고 마을네트워크 커뮤니티에 올립니다.

서대문구는 마을공동체간 정보교류가 잘되어있어서 홍보에는 그리 큰 힘이 들지는 않고요. 특히 이번에 공간을 구하는데 단기간이지만 돈도 빌려주시고 정보도 많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용희 : 공간 유지에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문예진 : 주민들이 오시면 좋다고는 하시는데 막상 궂은일이 생기면 피하셔요. 청소도 같이 나누어야 되는데 마지막에는 저 혼자하고 있더라구요. 그때는 한 번씩 제가 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때는 저에게 일종의 서비스를 요구하실 때가 있어요. 저도 즐거워서 하는 공간인데 그런 요구를 받으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아참!!! 우리 공간보러 왔는데 이야기만 주절주절 속속들이 볼까요?

 

 

여기는 간단히 조리도 하고 부엌으로 쓰고 있는 곳. 작지만 없을 거 없이 꼼꼼하게 역시 여자들의 공간이라 그런가? 살아도 되겠다.

 

 

 


여기는 가파르게 올라간 복층구조의 사무실. 책이랑 컴퓨터 꼼꼼하게 모여져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테이블에 ‘닷라인TV’ 주민운영대표 순뎅이 언니 안지오님이 라면을 끓여 주셨다. 어머나, 그것도 떡이 들어간 떡라면..

얼마 만에 먹는 비가 올 듯 말 듯 한날의 떡라면인가? 간만의 나트륨 섭취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았다. 

떡도 많았고, 배도 고팠고, 공간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공간의 공기를 만드는 문예진님과 안지오님의 마음이 좋았다. 

 

 

글쓴이_이용희(영등포 마을예술창작소 '문래주민예술공방')

 

[‘공간를 담다’는 마을예술창작소의 하루 혹은 공간의 모습을 자세히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