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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Close up> 신기하더라, 동네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풍경이

curatinglab 2012. 12. 12. 03:15

 [씨네21] <Close up> 신기하더라, 동네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풍경이

 

 

[Close up]

[클로즈 업] 신기하더라, 동네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풍경이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1950

 

                                                 글 : 김성훈 | 사진 : 오계옥 | 2012-12-04
 

<다리의 숲>으로 골목길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경 감독

 

갤러리는커녕 카페 하나 없을 것 같은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주택가 골목. 이곳에 위치한 ‘랩 닷라인TV’는 마을 명물 예술 공간이다. 실내에서는 회화, 애니메이션 등 각종 전시, 워크숍이 진행되고, 근처에 있는 홍제천 폭포마당에서는 밤마다 영화가 상영된다. 11월16일 이곳을 찾았을 때 닷라인TV의 마을 프로젝트 2탄이 한창이었다. 주인공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하고, 장편영화제작연구과정 1기 <로망은 없다>를 만든 뒤 <서울 사는 고양이> <다리의 숲> 등을 연출한 수경 감독. 동네 마실 나간 기분으로 그를 만났다.



 

-<다리의 숲>은 처음부터 음악과 함께 기획된 작품이라고.

=원래 <다리의 숲>이라는 그림 한장을 그렸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전공 졸업 작품 <로망은 없다>를 끝내고 한동안 공황상태였다. 우리가 들인 노력에 비해 관객에게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해 제14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홍은지 감독과 함께 <서울 사는 고양이>를 만들었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맡은 두명의 음악감독 중 한명이 <다리의 숲>을 함께 만든 DJ 유니크 섀도우라는 뮤지션이다.



 

-DJ 유니크 섀도우의 음악이 잘 맞았나보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작업이 담긴 앨범을 주었다. 들어보니 달달하고, 소녀 같은 감성이 있더라. <서울 사는 고양이>를 끝내고 얘기를 좀 해봤는데 관심사도 비슷한 것 같았다. 외로움이나 병적인 우울함 같은 거? (웃음) 그러다가 <그네타기>라는 일본 소설을 함께 읽게 됐는데, 이 소설이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을 모았고, 그 코드로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충돌이 많았다. 나는 스토리로 풀어내려고 했고, 그 친구는 음악적으로 풀다보니까. 원래 <다리의 숲>이라는 그림 한장으로 출발한 만큼 그 그림을 토대로 다시 발전시키기로 했다. 그게 현재 완성된 애니메이션이다.



 

-제목대로 <다리의 숲>은 한 소녀가 다리의 숲을 거니는 이야기를 물, 모래 등 여러 이미지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보고 나니 만든 사람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 이 작품을 통해서 외로움과 그리움 같은 감정을 말하고 싶었다. <다리의 숲>은 ‘다리가 간다’는 거잖아. 그리움이라는 상징성이 숲을 이뤘다고나 할까. 그림과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각각의 이미지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 하나만 전달하려고 했다.



 

-작품을 본 관객의 반응은 어떤가.

=관객이 그러더라. ‘너무한다, 안 그래도 가을 타는데 작품을 보고 나니 더욱 쓸쓸하다’고. 원래 여름에 하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웃음)



 

-닷라인TV가 주최한 마을 프로젝트와 함께해보니 어떤가.

=신기하더라. 여중생들이 하굣길에 살롱 같은 이곳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는 풍경 말이다. 영화도 함께 보고. 예술작품 하면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곳은 누구나 쉽게 동네에서 감상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전공 입학하기 전,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시작을 회화로 한 셈이다. 대학원 졸업한 뒤 전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떤 전시에서 내 작품을 본 한 교수님이 ‘회화인데, 영상 같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있는데 왜 회화에 국한되어 작업하냐’고 하시더라. 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전공 조덕수 교수님께서 그 작품을 우연히 보시고는 한번 놀러오라더라. 그래서 교수실에 놀러갔더니 영화아카데미 입시요강을 건네셨다. (웃음) 낚인거지.



 

-원래 본명이 수경인가.

=성이 따로 있다. 이름이 되게 흔하잖나. 성도 흔해서 뺐다. 수경 하면 뭔가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는 것 같아서. 오랫동안 그렇게 써서 성을 붙이면 외려 어색하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궁금하다.

=지난 8월 수묵애니메이션 <맞선>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을 통해 수묵애니메이션을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테스트해봤다. 해보니까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수묵애니메이션 같더라.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도 좋아하고. 그래서 한국음악과 전통 춤 그리고 수묵화를 접목한 애니메이션을 구상 중이다. 아, <다리의 숲> 앨범도 곧 나온다. 두곡으로 구성된 싱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