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신문_연세춘추]
여기저기_서울에는 이방인이 없는 마을이 있다홍제동 마을예술창작소를 통해 본 마을의 의미
허리께에 닿을락 말락 한 낮은 대문을 밀고 들어가니 맑은 기타 선율이 들려왔다. 오렌지색 조명이 밝은 응접실 구석에서 한 남성 연주자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문턱을 넘기 전까지는 여느 주택밀집지역의 고요한 골목이었는데, 문 안에는 북적북적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말끔한 세미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 가벼운 차림의 중년 여성, 엄마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어린아이부터 똘망똘망한 눈의 강아지까지 이곳을 찾은 각양각색의 손님들은 응접실 바닥에 앉아 쿠션을 그러안고 저마다의 감성으로 기타 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쭈뼛쭈뼛 들어선 기자를 친구라고 부르며 푹신한 자리 하나를 내줬다. 마을예술창작소, 뭐 하는 곳이게? 동화 속에나 나올듯한 따스함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우리대학교 신촌캠 뒤편 홍제동에 위치한 마을예술창작소(아래 창작소)의 풍경이다. 창작소는 주민참여형 문화공간으로, 지난 2011년부터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도시계획으로 인해 나타난 다양한 도시문제를 사람 간의 네트워크, 즉 마을을 통해 해결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작소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015년 기준 23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 마을 주민의 주도로 설립된 주민자율형은 15개소, 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이 제안해 설립된 민관협력형은 8개소가 있다. 창작소는 주민들에게 미술, 스트레칭과 같은 전문 분야의 강좌를 비롯해 작은 콘서트, 골목 탐방,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강좌의 수강생과 강사는 모두 마을 주민이며, 강좌가 진행되는 공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든 개방돼 있다. 사실 기존에 서울시는 유사한 사업으로 문화센터를 운영해왔다. 문화센터는 시에서 직접 전문가를 뽑아 운영하는 하향식 시스템이다. 하지만 창작소의 경우 주민들이 직접 강사가 되는 상향식 시스템으로 문화센터의 운영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성과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창작소의 접근성과 홍보성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기자가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 지도를 띄워놓고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들어 간 후에야 홍제동 창작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이곳은 다소 생소한 공간이다. 장지현(응통·14)씨는 창작소를 알고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해 “이름이 예쁘다”며 “동화를 쓰는 곳이냐”고 되물었다. 곁에 있던 강보미(경제·14)씨는 “마을을 예쁘게 꾸며주는 곳일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쳤다. 오늘날 도시 간의 경계를 넘어 국가 간 경계까지 초월해 생활하는 우리세대에게 마을이란 생소하고 불가능한 이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마을은 곳곳에 숨어있다. 본인이 지금 사는 곳에서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마을은 탄생한다. 혹자는 마을공동체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의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대적인 마을의 의미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이의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우리의 마을은 어디에나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장혜진 기자 <자료사진 닷라인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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