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2016. 4. 27. 16:56


[CNB저널 제469-470호(설날)] / 등록일 : 2016.02.11 11:25:24

[레지던시展 탐방②] “동네주민과 소통하는 미술, 됩니다”



▲ 닷라인TV 미술관의 외부 전경은 여느 마을처럼 정겹다. 사진 = 닷라인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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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윤하나 기자) 현대미술은 대형 미술관과 거리적·교육적·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이들에게나 친숙한 예술이었다. 도심 근방에 위치한 미술관 및 갤러리를 방문해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가까이하기 어렵고, 그만큼 접근성과 교육에 많이 의존한다. 따라서 현대미술 문화권에서 소외되는 지역 주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현대 미술이 ‘그저 알아듣지 못할 그들만의 세계’로 치부되는 가운데, 최근 이런 문화 격차를 줄이고 지역 문화를 지키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역으로 예술가를 불러들이는 레지던시들이다.

레지던시는 도심 및 미술관의 경계를 뛰어넘어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레지던시는 각각 서울의 변두리 조용한 마을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해 있다. 각각 지역에서 해내는 역할과 입주한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본다.


PART 1. 마을쉼터 된 미술관
닷라인TV 레지던시 - ‘작업실 미편집본’

닷라인TV 레지던시는 홍제 1동의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다. 인왕산 아래 한적한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은 이곳 단독주택은 사실 미술관인 동시에 작가의 레지던시다.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 중 하나로 운영되는 닷라인TV는 장·단기 입주 작가 2명씩 4명의 전시를 진행 중이다. 장기로 오수와 김현호가, 단기로는 김진선과 시뮤가 입주해 작업했다.

닷라인TV는 2011년부터 서대문구 동신병원 사거리의 건물 반지하에 있다가 2013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홍은동 옛 골목의 침체된 거리에서부터 쌓아올린 주민들과의 커뮤니티는 현재까지 친밀하고도 느슨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초창기 마을예술창작소 중 하나인 이곳은 ‘마을의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커뮤니티의 관계망 속 예술의 생태계에 주목한다’는 방향성에 충실하다. 그래서 주민과 작가의 교류 장소이자 창작 플랫폼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와 마을 주민들은 각자 자신이 제안한 워크숍(동양화, 조명 및 양말인형 제작, 도자기 공방 등)을 운영하고 또 함께 참여한다.

실제 작가가 상주하는 레지던시 공간은 미술관 바로 옆집과 미술관에서 2분 거리의 인왕산자락 아랫집이다. 아기자기한 독채 건물에서 작가는 저마다 자신의 개성대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주민과 소통한다. 자유로운 공동체의 특성상 소통을 통해 입주 기간과 프로그램 내용 등을 조율할 수 있다.

당신의 소중한 존재를 소환해드립니다

전시 중인 입주 작가 김현호를 만났다. 그는 현재 주민 중 한 명의 소중한 존재를 소환 중이다. 소중한 존재는 바로 범고래다. 작가의 작업은 늘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이뤄진다. 작가는 누군가의 곁에 ‘지금은 없는 그리운 존재’를 인형으로 불러오는 작업을 한다. 

김현호, ‘소환프로젝트 - 정우미’. 디지털 프린트, 50.8 x 76.2cm. 2015. 사진 = 닷라인TV

▲ 김현호, ‘소환프로젝트 - 정우미’. 디지털 프린트, 50.8 x 76.2cm. 2015. 사진 = 닷라인TV



마을의 첫 의뢰인은 유튜브의 물고기 영상에 오래 몰두해 왔다고 한다. 특히 범고래를 아주 좋아한다. 새끼 범고래를 인형으로 제작한 작가의 다음 작업은 의뢰인 주택의 5~7m 외벽에 거대한 범고래를 그려내는 것이다. 입주 후 3명의 의뢰인을 만났다. 나머지 두 명은 각각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자신과 닮았다고 전해 들었지만 얼굴을 모르는 자신의 외할머니를 소환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전시 중인 작업은, 작가가 미국 유학 중 친구에게 소환을 의뢰받으며 시작됐다. 한국의 가족 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친구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 인형을 제작해 한국에 보내달라는 역소환이었다. 이 소환 프로젝트는 친구의 부모님이 어릴 적 친구와 여동생 인형을 전달받아, 안고 어르는 광경을 직접 기록물로 남기고 작가에게 보내오면서 완성됐다. 인형은 소환을 원하는 이가 간직하고, 대신 소환 받은 이후를 직접 기록해 작가에게 보내면 프로젝트는 끝난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인터뷰] 문예진 닷라인TV 디렉터 
“마을 순뎅언니가 곧 예능 시작”

- 앞으로 닷라인TV가 진행할 프로젝트는?

“‘포도알TV’를 개국할 예정이다. 마을의 조력자 순뎅언니가 MC를 맡아 예능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제작한다. 마을 레지던시, 공방, 미술 교실 등 일상과 접목된 모든 예술을 찾아내고, 여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생각을 전한다. 교양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처럼 미술관 문턱을 쉽게 넘나들 수 있게 돕고 싶다. 포도알TV은 ‘따로 또 같이’ 포도송이가 되는 마을의 예술가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 현재 닷라인TV가 미술관이자 레지던시로서 주민과 작가에게 어떤 기여를 하는지?

“예술 향유자가 능동적 창작자가 되길 바란다. 따라서 주민들이 입주 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또한 소규모 제작자로서 작가들을 위해 대기업 매칭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작가들이 작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판로를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다.”

- 닷라인TV 레지던시 공모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말 작업실이 필요한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다. 또한 마을 입주 후 주민으로서 지내야 해서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마을 생활을 잘 유지할 작가이길 바란다. 그리고 작가의 자생 방안을 연구하는 분을 환영한다.”










PART 2. 동시대 미술을 청주에서!
청주미술창작 스튜디오 - 입주작가 박지희의 릴레이전 ‘상상 상상 장면’

2007년 청주시가 개관한 청주미술창작 스튜디오(이하 청주레지던시)는 청주의 미술문화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시각예술 알리기가 목적이다. 청주시는 최근 몇 해 간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여는 등 문화 사업에 힘써왔다. 그 일환 중 하나인 청주레지던시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물론, 청주의 지역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동시대 미술과 청주 지역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올해 개관하는 청주시립미술관으로 미술을 향유하는 지역민의 발길이 더욱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청주레지던시는 취사와 숙식이 가능한 넓은 복층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입주 작가는 관리비로 인터넷과 전기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전부이며, 행정가의 ‘방목’으로 작가의 자유로운 작업을 보장한다. 청주 도심에 위치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서울과의 연결도 좋은 편이다. 다만 아직까지 활발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방문 및 교류는 미미한 편이다. 뛰어난 시설과 재능 있는 작가들의 입주, 그리고 청주 내 미술 인구가 많은 만큼 적극적인 홍보와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진다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곳이다.

과학 상상화 속 미래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거의 없다. 사진 제공 = 작가

▲ 과학 상상화 속 미래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거의 없다. 사진 제공 = 작가

한편, 2015년 한해 활발히 작업을 선보인 박지희, 한진, 안유리 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작가 24명이 선정돼 3개월에서 1년까지 각기 기간을 달리하며 입주했다. 이 중 5명은 청주 출신 작가다. 많은 지자치 산하 레지던시들이 지역 출신 작가들을 쿼터제로 선발하고 이들의 미술계 참여를 적극 돕고 있다.

과학상상화로 보는 박제된 미래 상상

2015~16년 청주레지던시의 16번째 릴레이전으로 박지희 작가의 ‘상상 상상 장면’전이 2월 4일부터 열렸다.

박지희는 2015년 여름 대안공간 루프에서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가졌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초·중등 교육 과정 중 과학의 날 그리는 ‘과학 상상화’(미래 도시 등을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해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과학 상상화를 그리기 위해 미래를 상상하는 이의 뇌와, 상상화의 물리적 형식(도화지의 가로세로 비율과 황금비율에 가까운 구도 사용 등)을 자유로이 응용하며 재해석한다.

인간 신체에 대한 은유로 박지희는 각종 음식물을 이용했다. 사진 제공 = 작가

▲ 인간 신체에 대한 은유로 박지희는 각종 음식물을 이용했다. 사진 제공 = 작가

모더니즘 건축과 도시 연구에 관해 실험해 온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정형화된 미래 연구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과학 상상화가 70년대 정치적 상황 아래서 과학의 날이 제정된 정황을 포착하고, 현재까지 지속되는 미래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를 뇌라는 신체적 한계와 함께 연극적 구조로 풀어낸 것이다.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 모습을 다양한 과학 실험을 이용해 시각화해온 작가는 이 작업으로 물리적 신체와 학습되는 교육에 대해 탐구한다. 

이 전시를 보면 재미있는 재료들이 눈에 띈다. 과학 상상화에서 볼 수 있는(‘미래적’인 구조라고 여겨지는) 원통이나 돔형들로 변형된 프랜차이즈 음식들, 실제 사람의 머리에 들어 있는 지방과 단백질의 양에 맞춘 건축 재료들이 함께 프레임 안에 들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동물의 지방을 물이나 단백질과 함께 위치시키며 뇌라는 정체성을 부여한다. 박지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뇌가 실제로 함유한 물과 지방의 비율,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을 계산하고 작품에 그대로 적용한다. 

실증적 수치를 자신의 예술에 응용하며 작가만의 과학 실험실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전시는 2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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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기자 [CNB저널 제469-470호(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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